지난번 실험이 남긴 문제는 둘이었다. 형태가 둥글게 넘어가지 않는 것, 그리고 화가가 기법서의 예시를 그대로 가져다 쓰는 것. 이날 작업은 둘째 문제부터 시작했다.
예시는 문법만 보여 준다
정물 기법서에는 세팅 예시가 하나 있었다. 파란 병, 빨간 사과, 레몬이었는데, 정물대를 받은 화가가 거의 그대로 가져다 썼다. 예시를 회색 도형으로만 된 문법 예시로 바꿨다. 물체 이름 대신 자리표시를 쓰고, 어떤 키를 어떻게 쓰는지만 보여 준다. 그리고 "무엇을 놓을지보다 무엇에 관한 그림인지 먼저 정하라"는 절을 넣었다. 같은 날 추상과 풍경 공모전도 열었다.
이 문제는 이후로도 형태만 바꿔 가며 계속 나왔다. 화가는 예시를 베낀다. 예시 세팅을 베끼고, 예시 설명문을 베끼고, 규약 문장을 그대로 옮긴다.
형태를 돌리는 레시피
평평한 사과와 줄무늬 병을 고치려고 form.md를 썼다. 기준은 엔진에서 실제로 시험한 획이다. 명도 사다리를 만들고, 구·원기둥·상자·달걀형·넓은 면·가장자리·그림자마다 어떤 붓을 어떤 물감과 압력으로 몇 번 긋는지 표로 정리했다. 시험에서 남은 규칙은 이렇다. 바탕을 먼저 칠하고, 띠 하나에는 색 하나만 쓰고, 이음매마다 블렌딩 붓을 지나가게 하고, 그림자는 렌즈 모양으로 놓고, 잘못 그은 곳을 덧칠로 메우지 않는다.

그전 실험 기록을 다시 보다가 두 가지를 발견했다. 한 붓에 두 색을 묻히는 기능이 이미 있었는데, 정물 두 점 모두 한 번도 쓰지 않았다. 또 손 역할은 받은 획 예산의 절반도 쓰지 않았다. 도구가 없어서가 아니라 쓰지 않아서 생긴 결함도 있었다는 뜻이다. 레시피로 다시 그려 보니 구와 달걀은 정물대 렌더에 가까워졌다. 병은 여전히 줄무늬가 남고 어깨가 무너졌고, 상자 주변에는 잔상 같은 후광이 생겼고, 큰 원기둥도 약했다.
도구를 더 넣었다
같은 날 전통 기법과 실험적인 기법, 현대 미술 요소까지 그릴 수 있게 화풍을 크게 넓히자는 요청이 왔다. 도구부터 늘렸다. 마스킹과 떼어내기, 롤러, 에어브러시, 스프레이, 점찍개를 넣고, 이어서 붓기용 막대, 흘리기, 생캔버스 스며들기, 색지 콜라주, 금박, 데칼코마니를 넣었다.
시험지를 보고 그림이 쌓이기 전에 바로 손봤다. 금박은 주름이 너무 많았고 데칼코마니는 미로처럼 나왔다. 붓기용 막대는 처음에 광택 있는 튜브 물감처럼 보였는데, 평평한 에나멜 막에 폭이 들쭉날쭉하고 고이고 튀는 쪽으로 고쳤다. 화풍 페이지를 쓰는 도중에 가장 큰 공백도 드러났다. 붓으로 투명한 막을 올릴 방법이 없었다. 글레이징이 핵심인 화풍들이 있어서, 강모 붓에 투명 글레이즈 층을 추가하고 더 가는 점찍개도 넣었다.
화풍은 필터가 아니라 참고서다
화풍 페이지는 30개다. 그리자유, 베르다치오, 토널리즘, 스푸마토 같은 고전 기법에서 시작해 표현주의부터 구축주의까지의 근대 화풍, 그리고 색면, 하드에지, 옵아트, 미니멀리즘, 팝, 스텐실, 포토리얼리즘, 액션 페인팅 같은 전후·현대 화풍까지 다룬다. 페이지마다 실제 도구로 시험한 설정과, 눈 역할이 결과를 무엇으로 판단할지가 들어 있다.

어떤 화풍도 강제하지 않고, 화풍을 대신 입혀 주는 기능도 없다. 그림은 화가가 그은 획으로만 생긴다. 페이지에는 사람 이름을 넣지 않았다. 화풍은 기법의 묶음으로 다루고 특정 화가를 흉내 내는 방법으로 다루지 않기로 했다. 같은 이유로 도구 라벨에 붙어 있던 화가 이름도 뗐다.
시험해 보니 평면·기하·하드에지 계열은 좋았다. 약했던 것은 액션 페인팅(광택 튜브처럼 보이고 튀김이 없음), 표현주의(획이 너무 매끈함), 분석적 입체주의(면이 유리 같음), 인상주의(획 수 상한에 걸림)였다. 인상주의 페이지는 1,500번 찍는 기준으로 다시 썼다. 이 시점에 테스트는 564개, 브라우저 해시 대조는 90건이었다.
샘플 네 점, 그리고 실패한 자화상
중간 모델이 감독과 눈을, 작은 모델이 손을 맡는 구성으로 네 점을 그렸다. 풍경 「Low Tide, Before the Haze Lifts」(토널리즘에 알라 프리마, 546획)가 가장 좋았다. 추상 「Counterweight」는 49획인데 구도가 강했다. 분석적 입체주의로 그린 정물은 보통 이상이었다.

자화상은 실패했다. 계획한 1,500획 중 456획에서 제출됐고, 막아야 하는 결함(block) 세 개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기록을 보면 눈은 결함 셋을 모두 정확히 짚었다. 감독이 고치기를 두 번 시도하고 실패한 뒤 결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크루 규칙에 "수정을 두 번 했으면 수용해도 된다"는 문장이 있었고, 이 문장이 block 판정보다 우선했다.

규칙을 바꿨다. 획이 남아 있으면 block은 절대 수용하지 않는다. 같은 방법으로 두 번 실패하면 방법을 바꾼다. 남은 단계는 계속 진행한다. 다시 그린 자화상은 최종 검토를 통과했다. 계획 1,300획 중 507획, 캔버스 시간 32분, 토큰 1,934만, 정가 환산 $4.65였다. 첫 시도보다는 확실히 나았지만 머리와 목이 따로 놀았다.
이름도 다시 한쪽으로 몰렸다. 이번 회차 화가 넷 중 셋이 'Ochre Lane'이라는 같은 이름을 골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