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 일지

아이디어를 접는 세 가지 이유

지난 두 달 동안 후보를 여럿 접었다. 어떤 것은 착수 일주일 만에, 어떤 것은 조사 단계에서. 이유는 거의 언제나 셋 중 하나였다.

1분#ideas#product#aso

앱 아이디어는 늘 남는다. 부족한 건 접는 기준이다. 접은 것들을 돌아보면 이유가 세 가지로 모인다. 순서대로 묻는다.

1. 세 방향 전부 이미 큰 앱이 있는가

9월 말에 착수 일주일 만에 접은 앱이 있다. 기술은 됐다. Metal 렌더링까지 붙어 있었다. 그런데 그 앱이 갈 수 있는 방향을 셋으로 나눠 보니, 세 방향 모두 이미 자리 잡은 앱이 있었다. 하나가 있으면 비집고 들어갈 각을 찾는다. 셋 다 있으면 접는다. 기술은 기록해 두고 다음에 쓴다.

검색 쪽 판정도 같이 한다. 미국 App Store에서 후보 키워드의 난이도를 재는데, 난이도 75를 넘는 키워드에서 우리 앱이 순위에 오른 적은 한 번도 없다. 그 위의 키워드는 필드 자리만 먹는다. 후보 앱의 핵심 키워드가 전부 그 위에 있으면, 그 앱은 검색으로는 발견되지 않는다.

2. 결과물 하나의 원가가 판매 단위와 같은가

생성형 기능은 원가를 먼저 계산한다. 한 번 만드는 데 드는 API 비용에 사용자가 한 번에 만들 양을 곱한다. 9월에 접은 영상 앱은 결과물 하나의 원가가 팩 하나 값과 맞먹었다. 팩을 팔면 결과물 하나 만들어 주고 끝이다. 원가를 낮출 방법이 없으면 그건 앱이 아니다.

원가는 조사 단계에서 실측한다. 추정하지 않는다.

3. 상시 운영이 붙는가

고객 계정, 결제, 서버 상시 운영이 붙는 아이디어는 접는다. 9월에 하나를 조사와 설계까지 하고 접었다. 유지비와 고객 응대가 1인 스튜디오에서 감당할 크기가 아니었다. 앱은 스토어가 결제와 배포를 대신 해준다. 그 밖으로 나가는 순간 하는 일이 달라진다.

살아남은 것들의 공통점

  • 실물 은유가 있다. 접히는 바인더, 넘기는 카드. 화면 안에서 손에 잡히는 것.
  • 원가가 0이거나 기기 안에서 끝난다.
  • 카테고리에 1위 앱이 있고, 그 앱의 이름 어순을 따라 자동완성에 걸릴 자리가 있다.

한 가지 더

접은 아이디어는 다시 내지 않는다. 기록에 "재제안 금지"라고 적어 둔다. 같은 아이디어가 두 달 뒤에 더 좋아 보이는 건 아이디어가 바뀐 게 아니라 기억이 바뀐 것이다.